'흑백영화. 폴란드 영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3.10 영화 <이다>, 없는 듯 충만한 영화


'힘들다'고 목놓아 외치고, '슬프다'고 눈물 펑펑 흘리며 울부짓고, '기쁘다'며 미친듯이 웃어제껴야 하는 영화들의 홍수입니다. 그 안에서 관객은 정작 아픔도, 슬픔도, 기쁨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무척 오랜만에 만나는 동유럽 영화이자, 흑백영화인 "이다".

색깔도 없는 흑백 영화에 대사도 적고, OST 는 무척이나 정제되어 흐릅니다. 그럼에도 어떤 영화보다 풍성합니다.

세속의 삶과 신앙의 삶을 대비시키지만, 성당은 답답한 곳, 세속을 자유로운 세계로, 혹은 허무한 세속과 신비로운 성당의 세계라고 함부로 대비시키지 않습니다. 폴란드 유대인들의 슬픈 역사, 가톨릭 신앙, 공산주의가 단 한 번도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모든 무게가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흑백이라는 단순한 음영 속에, 똑같이 흑백으로 단순하게 비추어진 두 여인의 삶이 어우러집니다. 그리고 서로 음영을 주고 받습니다. 그렇게 숭고한 신앙도, 핏빛의 역사도, 개인의 존재도 다 관객 앞에 '이해'라는 이름으로 다가옵니다.

간만에 무척이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를 만났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보러들 가시길^^

Posted by 밍큐스
,